"수백명 가담한 기획부동산 사기단 여럿 포착…끝까지 발본색원"

입력 2020-11-01 18:02   수정 2020-11-02 00:30

“일종의 기업처럼 몇백 명이 모여 치밀하게 움직이는 거대 부동산범죄 조직이 한둘이 아니다. 부동산 시장 질서를 흔드는 행위는 끝까지 수사해 엄단하겠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시장에서 벌어지는 불법 거래가 당초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청장은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는 거대 조직을 여럿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며 “기업에 담당 보직을 두듯 청약통장 매수, 위장전입, 분양권 당첨 등 각자 역할을 맡아 수십억원대 투기 또는 사기에 나서는 방식이 많다”고 했다.
“부동산 불법 거래 처벌 강화”
경찰청은 지난 8월부터 특별수사팀 50명을 편성해 ‘부동산 불법 거래 100일 특별단속’을 하고 있다. 김 청장이 7월 취임한 직후 처음으로 단행한 중점 단속이다. 지난달 말까지 총 370건, 1957명을 단속했다. 구속 4명을 포함해 524명(148건)을 기소 송치했고 나머지 1433명(222건)은 수사 중이다. 김 청장은 “수사로 드러난 범죄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여전히 숨어 있는 불법 거래가 많다”고 말했다.

경찰에 붙잡힌 1957명 중 68.1%(1332명)가 ‘기획 부동산 사기’로 불리는 거래 질서 교란 행위에 해당한다. 눈먼 땅에 ‘개발 호재성 정보’가 있다며 투자 사기를 치고, 청약통장을 매매하거나 분양권을 전매하는 사례 등이다. 집값 담합 등 불법 중개행위(291명)와 재건축·재개발 비리(176명), 공공주택 임대 비리(69명), 전세 사기(89명)로도 단속됐다.

청약통장 거래와 불법 전매 등은 주택법 위반이다. 하지만 관련 법규를 적용하면 징역형이 아니라 행정적 처벌을 받는 데 그친다. 김 청장은 “부동산 불법 거래는 다른 사람의 경제적 이익과 기회를 빼앗는 악질 범죄인 데 비해 제대로 처벌할 근거가 약하다”며 “국토교통부에 조직적인 부동산 투기 및 교란 사범은 종합적으로 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했다. 관련 처벌이 강화되면 시장 불법 거래를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위험 요인 발굴·예방에 초점
김 청장은 지난달 31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임기 내 꼭 이루겠다고 정한 목표로는 ‘범죄 예방 강화’를 첫손에 꼽았다. 구제 활동보다는 위험 징후를 파악하고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김 청장의 생각이다.

그는 “경찰의 핵심 임무는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경찰 활동의 패러다임을 사후 대처가 아니라 예방 중심으로 바꿔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예측·분석 시스템을 구축해 생활 위험 요인을 발굴하고 해소할 것”이라며 “주민이 불안해하는 장소를 취합해 순찰하는 ‘탄력 순찰제도’도 활성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달 출소하는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을 둘러싼 범죄 우려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예방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김 청장은 “경찰청과 법무부, 안산시가 함께 시민 불안을 최소화할 범죄 예방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조두순 주거지 반경 1㎞ 이내 지역을 여성 안심구역으로 지정하고 방범초소를 설치하는 게 핵심 대책이다. 김 청장은 “지금도 교도소 안에 있는 성범죄자가 7만 명 이상”이라며 “이들이 출소할 때마다 제기될 우려를 감안해 더 촘촘하게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대충 수사’ 옛말…수사 역량 높인다
김 청장은 “수사권 개혁, 자치경찰제 도입 등 경찰개혁 과제를 차질 없이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 과제”라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후 경찰 권한이 비대해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가장 먼저 ‘대충 수사하는’ 수사관이 없도록 수사 역량을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수사관 한 명이 동시에 100여 명을 수사하는 현실도 바꿀 생각이다. 김 청장은 “당장 수사 인력을 늘릴 순 없지만 양질의 ‘책임 수사’를 하도록 조직을 개편할 계획”이라며 “고도의 금융범죄와 지능범죄는 각 지방청을 중심으로 전문 수사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예비·일반·전임·책임 등 4단계로 수사관 자격을 구분하는 ‘수사관 자격관리제도’를 시행하는 것 역시 김 청장의 기획이다. 김 청장은 “2023년엔 과·팀장의 지휘 역량과 수사관의 수사 역량을 진단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수사 역량과 인사를 연계하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디지털범죄의 대응 전략 마련도 중요한 과제다. 김 청장은 “정보기술(IT) 발전,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생활 중심이 디지털로 이동하면서 관련 범죄가 급증하는 추세”라며 “지방청 사이버부서를 ‘과’ 단위로 확대 개편해 체계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IT 전문가를 전문 인력으로 채용하고, 디지털포렌식 등 기술 교육을 병행해 사이버수사관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민간 IT기업과의 협력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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